[칼럼] 12. 집 주인은 도대체 왜 에어비앤비 임대를 안 주려고 할까?

에어비앤비임대

에어비앤비 운영을 시작해 보려고 부동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의외로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매물이 없습니다.’
‘임대인이 원하지 않습니다.’
‘일반 월세는 가능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안 됩니다.’
‘에어비앤비 불가합니다.’
‘에어비앤비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반응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손님을 맞이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인테리어에 투자하고, 청소와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데 말이죠.

집주인 입장에서 임차인이 새로 인테리어를 해주고 건물 관리까지 책임지며 깨끗하게 사용한다면 오히려 반길 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집주인들은 에어비앤비 운영을 꺼리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임대인이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임차인으로 선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그냥 싫다

임대인이 가장 선호하는 임차인은 단순합니다. 조용히 문제 일으키지 않고, 제때 월세를 꼬박꼬박 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보면, 계약한 임차인이 실제로 그 공간에 거주하지 않습니다. 대신 낯선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죠. 임대인이 기대했던 ‘내가 계약한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조건이 무너지는 겁니다. 결국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냥 내가 계약한 사람이 살지 않는 게 싫다.” 이것이 임대인이 에어비앤비를 꺼리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2. 외부인 경계

에어비앤비 운영을 하게 되면 계약자가 아닌 게스트들이 숙소를 드나들게 됩니다.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 이상 머물기도 하죠. 임대인 입장에서 보면 한 달에도 여러 차례 모르는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나는 분명 이 임차인과 계약을 했는데, 실제로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집을 사용하는 꼴이니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게스트가 외국인이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사람들이 오가며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임대인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은 건물에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는 경우라면 이런 불편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매일 눈앞에서 낯선 이들이 오가고, 집 주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그대로 체감되기 때문입니다.

3. 소음 및 생활 환경 문제

여행 온 사람들의 공통점은 신나 있다는 겁니다. 기분이 들뜨고, 평소보다 목소리 톤도 높아지며 에너지가 넘칩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밤에는 술 한잔하며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커집니다.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고성방가가 시작되고,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거나,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단과 복도를 오르내리며 소음을 내고, 심지어 현관 앞에 침을 뱉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이웃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까지 이어집니다. 만약 이런 일이 임대인의 귀에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발생한다면, 임대인은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괜히 에어비앤비 운영하게 해줘서 내가 무슨 고생이냐”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호스트 입장에서는 더욱 곤혹스럽습니다. 게스트는 여행 와서 즐겁게 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임대인은 시끄럽게 하면 계약 연장은 없다고 압박을 줍니다. 그 사이에서 호스트는 눈치를 보며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죠.

결국 호스트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하게 됩니다. 임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용히 접는 길, 혹은 게스트 편에 서서 “계약상 문제 없으니 나는 내 방식대로 운영하겠다”는 길입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재계약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계약 기간 동안만 운영하다가 결국 방을 빼야 하는 상황으로 끝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직접 겪었거나, 주변 사례로 들었거나, 혹은 충분히 예상하는 임대인이라면 당연히 에어비앤비 운영 목적의 임차인에게 선뜻 집을 내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4. 세금 문제

에어비앤비 운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세금입니다. 임차인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수익을 올리게 되면, 당연히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사업은 구조적으로 절세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가장 큰 비용 항목이 월세인데, 월세에 대한 부가세 처리와 소득세 납부를 피할 수 없죠.

이 과정에서 임대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세대 1주택 임대인이라면 추후 양도세나 소득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임차인의 사업 행위가 임대인의 세금 리스크로 연결되는 겁니다.

결국 앞선 1~3번 이슈(단순 기피, 외부인 출입, 생활 환경 문제)를 넘어, 세금 문제가 나오면 대부분의 임대인이 한 발 물러서게 됩니다. 임차인이 대신 해결해줄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설령 단순한 문제라 하더라도 임대인 입장에서는 ‘세금’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담스럽고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5. 결론

위 네 가지 문제를 감수하고서라도 임대 계약을 허락하는 임대인은 보통 두 가지 경우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원래 임대가 잘 안 나가는 집인 경우입니다. 임대가 잘 되지 않는 집이라면, 누군가가 계약하겠다고 나서면 에어비앤비든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고 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 나가던 집이 계약되니 집주인 입장에서도 좋고, 임차인 입장에서도 좋은 상황이죠.

두 번째는 보통 시세보다 임차료를 높여 받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80~100만 원이 적정 시세라면, 보증금 3,000~5,0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 정도로 올려서 받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앞서 언급한 1~4번 문제를 감수할 만한 이유가 생기는 것이죠. 애초에 에어비앤비 운영할 사람과 계약할 생각이 없던 임대인이라도, 충분히 높은 금액이라면 허락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위의 문제들과 상관없이 적정 금액으로 계약을 허용하는 임대인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에어비앤비 시장을 아직 잘 모르는 비인기 지역의 임대인이거나, 반대로 시장을 정확히 알고 있는 임대인입니다. 어설프게 아는 임대인일수록 불확실성을 이유로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에어비앤비 운영을 위해 매물을 구하는 과정에서 임대인이 거절한다면 대부분 위 1~4번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항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준비한 뒤 임대인이나 부동산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문의는 전화보다는 직접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문하면 조금 더 부드럽게 거절당하거나, 얼굴을 익히며 여러 차례 방문하면 매물 소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전화로 몇 차례 매몰차게 거절당하면 매물 구할 의욕이 떨어지기 쉽고, 마음이 지치기도 합니다. 괜찮은 매물이라면 월세 대신 대출이자 낸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거나, 상황에 따라 매매를 고려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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